"1억만 내면 100위권 가능"…가요계 흔드는 '음원 사재기 의혹'

입력 2019-12-10 16:14   수정 2019-12-11 02:50

‘하루 동안 음원차트 100위권에 올리는 데 8800만원, 50위권은 2억5000만원.’

지난 6일 한 연예계 관계자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디지털 마케팅 견적서’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빠르게 전파됐다. 이 견적서에는 주요 음원 사이트 차트에 노래를 일정 시간 올리기 위해 드는 비용이 적혀 있었다. 이 관계자는 “누가 했는지 알 수 없으나 음원 사재기가 존재한다는 가정은 합리적”이라고 썼다.

국내 가요계에서 ‘음원 사재기 의혹’ 논란이 일고 있다. 특정 가수의 노래를 멜론 등 음원 사이트 차트의 상위권에 올리기 위해 인위적인 방법으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하는 행위로 현행법에선 음반 관련 업자들이 음반 등의 판매량을 올리기 위해 부당하게 음반을 구입하거나 관련자에게 부당하게 구입하게 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받는다.


“8 대 2로 음원 수익 배분”

이 같은 논란은 아이돌 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이 SNS에 바이브 등 일부 가수를 거론하며 “이들처럼 사재기를 하고 싶다”고 저격하면서 시작됐다. 지목된 가수들은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나 다른 가수와 업계 관계자들의 사재기 관련 폭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무명 가수들의 발라드 노래가 음원 사이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의혹이 커졌다. 닐로의 ‘지나오다’라는 노래가 대규모 팬덤을 보유한 걸그룹 트와이스의 노래를 제쳤다. 일반 이용자들의 이용이 적은 새벽시간에 1위였다가 오전 7시 이후엔 순위가 떨어졌고, 50대 선호 차트에서도 김연자의 ‘아모르 파티’를 제쳤다.

논란이 된 가수들의 소속사는 바이럴 마케팅의 결과라고 부인했다. 바이럴 마케팅은 유명 페이스북 페이지에 특정 노래가 실제로 인기 있는 것처럼 일반인이 따라 부른 영상 등을 올려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밴드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멤버 김간지(김준영)는 지난달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음원 사재기 제안을 받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브로커가 ‘당신들은 10년을 했으니 뜰 때가 됐다’고 제안했다”며 “수익 분배는 8 대 2로 브로커가 8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윤동환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부회장은 “국내 주요 바이럴 마케팅 업체에 홍보를 맡긴 가수들의 음원 순위는 급상승했지만 앨범에 대한 평점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바이럴 마케팅으로 페이스북에 홍보 게시물이 올라온 지 2~3분 만에 공유 수만 수백 번이 돼 ‘유령 페이스북 계정’을 이용했다는 의심까지 든다”고 설명했다.

“‘사재기’ 증명 쉽지 않아”

음원 판매자들이 거금을 들여 차트 순위를 높이려는 배경에는 음원 위주인 한국 음악시장 구조가 있다. 음원의 차트 순위가 인기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주요 음원 사이트에서 차트 100위 안에 들면 무심코 ‘톱 100’을 재생하는 이용자 덕에 수익이 오르고 인기가 유지된다.

문제는 사재기를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홍세화 지니뮤직 플랫폼사업본부장은 “음원 사이트들도 정부에 관련 데이터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내부적으로도 ID를 전수조사하는 등 검열하지만 최근 ID의 생성 및 구매 패턴이 다양해 사재기 정황을 포착하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닐로와 숀 등 논란이 된 가수들의 사재기 의혹을 조사한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1월 ‘확정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업계에서는 “실시간 차트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음원 사이트들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홍 본부장은 “음원 차트는 대중음악 트렌드를 소개해주는 서비스로 가장 많이 이용한다”며 “실시간 차트가 없어져도 음원 사재기가 근절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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